윤봉길이 던진 것은 도시락일까, 수통일까 — 기록이 갈린 자리

윤봉길이 홍구공원에서 던진 폭탄은 도시락이었을까, 수통이었을까. 《독립유공자공훈록》 8권의 윤봉길 항목은 1932년 4월 29일 그가 도시락을 땅에 놓고 수통으로 위장한 폭탄을 투척했다고 적는다. 그런데 다른 기록에는 도시락을 던졌다는 문장도 남아 있다.

공훈록을 따르면 답은 수통형 폭탄이다. 그렇다고 도시락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물건을 모두 가져갔다는 기록과 어느 하나를 던졌다는 기록을 나누어 읽으면, 익숙한 별명에서 놓쳤던 동작이 보인다.

수통과 도시락의 겉모양을 보여 주는 수채화 삽화, 실물 복원 아님

공훈록의 한 동작

국가보훈부가 제공하는 《독립유공자공훈록》 8권(1990)의 긴 서술에는 윤봉길이 김구에게서 수통과 도시락으로 위장한 폭탄을 각각 하나씩 받았다고 나온다. 상하이 홍구공원의 기념식장에 들어갈 때 들고 간 물건 두 개가 모두 폭탄이었다는 뜻이다. 기록은 행사장 진입, 기다림, 투척으로 동작을 나누어 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시락을 땅에 내려놓고 어깨에 메고 있던 수통형 폭탄을 단상 쪽으로 던졌다는 순서다. ‘도시락을 지녔다’와 ‘도시락을 던졌다’가 같지 않다는 것을 이 순서가 보여 준다. 의거의 장소와 날짜도 공훈록에 명시돼 있다. 1932년 4월 29일, 일본 측이 천장절과 상하이 점령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 홍구공원이었다.

이 대목을 읽으면 왜 두 물건의 이름을 따로 기억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두 물건을 가져갔다는 설명에서 멈추면 뒤의 행동이 사라진다. 짐을 챙기는 장면과 물건을 던지는 장면을 한 장면으로 합쳐 버리는 셈이다. 다만 1990년 공훈록은 여러 자료를 참고해 생애와 공적을 정리한 글이지, 1932년 현장에서 작성한 목격담은 아니다.

12주년 기념 글에는 왜 도시락이 등장할까

국사편찬위원회의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에 실린 「윤봉길의거의 진상」은 1944년 5월 1일 《독립평론》의 의거 12주년 기념 글을 전한다. 앞부분은 윤봉길이 보온병과 도시락으로 위장한 폭탄을 갖고 공원에 들어갔으며 단상을 향해 폭탄을 던졌다고 적는다. 여기서는 투척한 물건의 외형을 특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자료의 뒤쪽, 사건 당시 한인애국단이 낸 영문 성명을 바탕으로 했다고 소개되는 긴 서술에는 그가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는 문장이 있다. 편집자는 당시 성명의 내용에 약간 보충했다고도 밝힌다. 여기서 독자가 보고 있는 것은 성명서 원본 그 자체가 아니라 번역과 보충을 거친 기념 글이다. 사건 날짜와 글이 발표된 날짜 사이에는 12년이 놓여 있다.

그렇다면 도시락이라는 표현은 최근 인터넷에서 생긴 실수라고만 설명하기 어렵다. 1944년의 기념 글에서도 확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 하나를 찾았다고 별명의 최초 출처까지 알아낸 것은 아니다. 더 오래된 자료가 있는지, 번역 과정에서는 어떤 단어를 썼는지는 별개의 확인이 필요하다.

공원 길의 분위기를 그린 삽화, 홍구공원의 실측 복원 아님

두 물건과 하나의 별명

도시락 폭탄이라는 별명은 의거에 도시락형 폭탄이 없었다는 뜻으로 반박해서는 안 된다. 공훈록도 두 개를 준비했다고 적는다. 문제는 별명만 기억하면 어느 것을 실제 던졌는지까지 자동으로 답했다고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공훈록의 구체적인 동작은 수통을 가리키고, 1944년 기념 글의 뒤쪽 서술은 도시락을 가리킨다. 오래된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를 정답으로 고르거나, 공공기관에 실렸다는 이유로 두 설명이 같다고 읽을 수는 없다.

차이가 생긴 경로는 아직 남은 문제다. 1944년 글이 바탕으로 삼았다는 1932년 영문 성명의 원본까지 대조하지 않았으므로, 어느 단계에서 물건의 이름이 달라졌는지는 여기서 확정할 수 없다. 다만 지금 읽은 두 자료의 차이를 감추지 않고 적을 수는 있다. 공훈록에는 수통, 12주년 기념 글의 뒤쪽에는 도시락이다.

물건 이름에만 머물면 윤봉길의 생애가 퀴즈 한 문제로 줄어든다. 예산에서 농촌 교육과 조직 활동을 하다가 상하이로 건너가 한인애국단과 연결된 과정도 공훈록의 긴 생애 서술에 실려 있다. 이 글의 질문은 물건 두 개에서 시작했지만, 그가 걸어온 시간을 물건 하나로 대신할 수는 없다. 짧은 이름은 기억하기 쉽다. 그 이름 바깥에 남은 이야기는 따로 읽어야 한다.

책 두 권을 비교하는 수채화 삽화

다른 기록의 단어 하나가 만드는 차이는 계유정난의 실록을 읽은 글에서도 살폈다. 같은 사건을 뒤의 서술과 대조하는 방식은 소현세자에 관한 기록에도 이어진다. 다시 공훈록으로 돌아가 보면, 처음에는 지나쳤던 동사가 남는다. 도시락은 내려놓았다. 수통은 던졌다. 익숙한 이름보다 그 두 동작을 먼저 기억해 두려 한다.

참고 자료
《독립평론》 1944년 5월 1일 「윤봉길의거의 진상」,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 수록
국가보훈부 《독립유공자공훈록》 8권(1990), 윤봉길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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